‘미국이 늘 공정하다거나 도덕적인 정권이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성숙한 문명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지 미국의 역사가 곧 21세기의 역사가 될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이 문장에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미국인이며, 미 국방부에서 의견을 존중받을 정도로 미국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찬양이나, 무조건적으로 앞으로의 100년도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도 인정할 사실, 앞으로 특별한 변수가 더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주축이 되리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세계정세와 외교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책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정치 외교에 관한 다른 서적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이 책의 저자가 특별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미국이 최고이며 미국이 정의를 수호할 것임을 은연중에 이야기하는 책도 많으며, 반대로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어느 한 나라의 입장에서 그 나라가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쓴 편파적인 시각의 책들이 훨씬 더 많다. 한때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세계 경제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며 중국 경제가 활성화하기 시작할 때 곧 세계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이 가진 세계에의 영향력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렇지만 미국 한 나라의 영향력으로 바꿀 수 없는 세계 곳곳에 묻힌 폭탄 같은 문제들이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 흐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중심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인이지만 미국적 관점에서 바라보지는 않는 저자가 생각하는 향후 100년 이내 세계 제3차 대전과 같은 분쟁이 벌어지게 될 지역은 어디였을까?
저자가 꼽은 이다음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어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역은 총 다섯 군데였다. 첫 번째는 미 해군이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과 우호적인 무역을 활발하게 유지하고 있는 일본, 중국,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이 있는 태평양 지역이다. 두 번째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 푸틴이 집권한 유라시아 대륙의 러시아 지역이 유럽이나 미국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었다. 세 번째, 지난 5세기 동안 끊임없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유럽 연합 간의 서로 다른 이익 관계와 갈등이다. 네 번째, 최근 가장 빠르게 현대화되고 있는 터키를 비롯해 주변의 무슬림 국가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오랫동안 지리적 위치로 인해 크고 작은 충돌을 해왔던 멕시코와 미국의 관계가 100년 후 멕시코의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 다섯 가지 문제 중 두 번째,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의 유라시아의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푸틴을 중심으로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부동항과 핵 시설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처럼 유럽 연합에 포함되려는 옛 소비에트 시절의 우호국에 대한 견제와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100년이 채 안 되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벌써 몇 달째 우크라이나를 중간에 두고 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할 경우 유럽도 러시아의 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음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차 대전의 패전 이후 무장을 해제하고 다시는 전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독일마저도 다시 자국 보호를 위한 무장을 결의한바, 이제부터는 전쟁에 언제든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나서려 하는 유럽과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 충돌할지에 따라 또다시 세계대전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분쟁 예상 지역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태평양 인접 주변국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반도의 통일과 연관되어 어느 나라가 앞으로 동아시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발전하게 될지에 대해 각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중국인데 최근 발간되는 중국의 부상설과는 전혀 정반대로 저자는 중국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중국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 중국이 가구당 빈곤층이 가장 두껍게 자리 잡고 있으며, 두 번째, 내부 경제가 없어 결국 유럽과 미국에서 제품을 구매해줘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는데 미국과의 관계는 점점 파탄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데다가 세 번째, 중국 내부에서도 계층 사이에 긴장감과 반목이 심각하고 네 번째, 임금이 싸서 수익성이 높거나 고부가가치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사이에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은 외부 교역과 교류로부터 더욱 방어적인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다가 유럽, 미국과의 관계 역시 우호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활발한 경제교류와 수출 중심 무역을 통한 이윤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야기와 달리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현 일본의 상황과 다른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저자는 일본이 현재보다 앞으로 더 부강해져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국방력이 강하고 빈곤층이 적으며, 사회 통제와 국가 교육 수준이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되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경제는 물가상승과 엔화 하락,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인 불신감과 동아시아 내에서의 외교 실패, 자위대의 신설을 위한 헌법 개헌 등이 점점 주변국들과 반목을 커지게 만들고 있어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100년이 더 지나고 나면 다시 예전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저자가 본 한반도 정세의 가장 큰 사건은 바로 통일이다. 평화적으로든 무력적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저자는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았다. 단, 그것을 남한 사람들이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통일이 이뤄지고 난 다음 벌어질 모든 혼란과 경제 불안, 사회적 안정의 도모를 얼마나 빨리 이루느냐에 따라 현재 한국이 가진 경제발전과 안정을 유지하느냐 퇴보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식으로든 주변국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져야 할 통일로 인한 부담이 가장 클 것이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00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는 어떤 2022년을 상상했을까? 1900년대가 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20세기가 되면 문명 발전과 진보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며, 반면 무기의 수준도 진화되어 엄청난 규모와 살상력을 가진 무기들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20세기가 된 이후 예상대로 인류는 2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서로의 이권과 영토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수많은 살상을 벌이고 또 전후의 회복에 모든 힘을 쏟아야만 했다. 하지만 다시 사람들은 21세기가 되면 모든 전쟁이 끝나고 풍요와 평화만이 찾아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우리는 21세기에 살면서 과연 풍요와 평화만을 느끼고 있을까? 불과 100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며 우리의 후세가 살아갈 100년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이 책의 제목이 ‘100년 후‘ 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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