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로부터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조국이라는 사람을 통해 처음 우리나라에 ‘민정수석’ 이라는 직위가 있음을 알았고, 수시로 느꼈다. 민정수석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의 비서관이야 한 명이 아니고, 이전에도 분명 있었던 직위였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 대통령은 국민 여론과 민심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과 사회기강 관련 업무를 보좌하며, 법률 문제의 보자,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민정수석직이 표면에 등장하는 일이 유독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국민청원이라는 이전에는 없었던 정부와의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면서, 어느 정도 이상의 청원이 완성되면 민정수석이 영상으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는 영상을 몇 번 보게 되면서 민정수석이라는 직위의 존재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현안에도 차분하게, 청원인들의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입장을 공정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나 싶은 그의 행보가 대한민국을 2019년, 들썩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바로 그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는 일이 벌어지고, 한 달여 만에 검찰들과의 충돌, 그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비리 보도가 매일 쏟아지고,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법무부장관 한 사람의 가정사에 들썩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리가 났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사관 출선이었고, 이전에는 법학교수였으나, 법무부 장관직에 임명되면서 느닷없이 등장한 새로운 정치인이 되었다. 이전에는 그가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나, 장관이라는 직책의 높음만큼이나 그에 관련된 논란은 거셌고, 언론은 잠시도 쉴 세 없이 그를 공격하는 느낌이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검찰,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장관, 우리나라 검찰의 힘이 이렇게 강했던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만큼, 조국 법무부장관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검찰의 강경함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당시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그 당시에 서초동에 가득했던 ‘조국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인파나, 단편적인 것들만을 기억할 뿐, 그의 가족들이, 딸과 아내가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비리를 저질렀는지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책을 낸다는 소식, 그리고 그 책이 너무나 잘 팔려 인쇄소가 쉴 세가 없다는 소식에는 크게 놀랐다. 종이책을 많이 사서 보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 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알고 싶어 했던 조국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책을 읽으면서 더 강렬했던 것 같다. 불과 한 달 여 법무부장관직을 수행했고, 민정수석으로서 근무했던 시간이 꽤 길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처럼 변호사, 검사가 되지 않고 법학교수로 재직했던 사람이 드물기는 하지만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 어떤 직함도, 행보도 보이고 있지 않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의아하고, 궁금하다.’
조국의 시간은 그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고, 한 달 여만에 다시 사임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지칭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톨령과 인연을 맺고,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에 입성한 과정,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을 수락하는 과정까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조국의 시선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이 책을 사서 보았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시간이자,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모욕과 슬픔, 고통의 시간이었음에도 분명해 보인다. 책의 곳곳에 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비난보다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들, 딸,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모욕과 비난으로 인해 고통스럽고, 힘들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감정적인 호소라기보다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일원으로서 치러야 했던 감정들을 그가 겪었던 일보다는 담담하게 누르며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의 아들이 성희롱 가해자이며, 그의 딸은 하지도 않은 일을 돈과 권력으로 부풀려 의대에 입학하고 승승장구하는 입시비리의 가해자로 보도되었다. 그의 아내와 친족까지 남아나는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당시 보도를 보며 ‘정말 사돈의 팔촌까지 다 조사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라면 저 정도 먼 친척은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조차 없었을 거 같은데? 라는 사람까지 조사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검찰의 능력에 놀랍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조사당한다는 것은 나 같은 일반인에 대한 정보는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살면서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그리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 일을 회상해보면 검사, 검찰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 일에 필사적인지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 일 이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더 이상 검찰을 정의롭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라보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조국이라는 한 사람의 가족의 비리 여부보다, 그렇게까지 많은 것을, 집요하고,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는 검찰의 능력이었고,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거론조차 되지 않고 넘어간 불법적인 조사방식이었다. 물론, 이전에 눈속임용으로 빈 파란박스를 들고 조사를 다니는 척을 하는 검사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등등 검찰에 대해 신뢰감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보며 나는 우리나라의 검찰이 얼마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혈안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권력이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두려웠었다. 이 책에서도 조국은 그런 검찰의 조사에 대해 ‘의아함’과 ‘궁금함’ 으로 질문한다. 학교 관계자와, 정 제계, 학계, 언론, 모든 권력이 있는 곳들이 합심한 것처럼 정보를 제공하고, 자기들끼리 정보 제공자를 숨겨주고, 오로지 조국과 관계된 사람들을 더욱 많이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었었다고 말해도 모자랄 정도였던 것이다.
나는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그를 둘러싼 조사와,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보며, 내가 만약 이 정도로 가족과 함께 뭇매를 맞았다면, 나는 그 일이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이렇게 담담하게 기술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감내하며 그저 칩거하는 것으로 내 화를 다스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쓴 표현처럼 무간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그런 가족들을 보며 그는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 한 번쯤 의심과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질문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를 억누르고, ‘의아함’ 과 ‘궁금함’ 으로 표현한 그의 차분함에 감탄하게 된다.
불과 얼마 전에도, 나는 그의 딸과 관련된 의전원 입학 비리에 관한 뉴스를 어렴풋이 보았던 기억이 있다. 분명 그의 가족들이 감내하고 있는 시간을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 그 뉴스를 보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 그가 말하는 자신의 시간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의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웠을 시간을 의미할 수도, 그가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고 칩거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보내며 가졌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이뤘던 모든 소중한 것들과 업적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속에서 그는 자신이 앞으로 걸어갈 어떤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제껏 수많은 정치인, 공인들이 그러했듯, 그가 이대로 우리에게 잊혀질 사람일지는 누구도 모를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장 너머 세상 - 독후감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년 후(2) - 조지 프리드먼 (0) | 2023.03.21 |
---|---|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0) | 2023.03.20 |
100년 후 (1)- 조지 프리드먼 (0) | 2023.03.17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 (0) | 2023.03.16 |
금융의 딴짓: 타인의 돈인가?금융가의 돈인가? - 존 케이 (0) | 2023.03.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