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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너머 세상 - 독후감 & 서평

100년 후 (1)- 조지 프리드먼

by 박효승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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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프리드먼 박사, 미국 코넬대의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의 별칭은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이다. 미래 벌어질 일을 너무나 정확히 예측하는 그의 예측 능력과 국제 정세에 대한 높은 이해는 이미 미 국방성을 비롯해 세계 정부가 인정하는 인재로 꼽힌다. 그는 2000년이 되기 전 아시아 지역에 외환위기가 닥칠 것임을 정확히 예측했으며 20세기 말 코소보 전쟁 역시 정확하게 예측한 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미 국방성에서도 얼리 버드(early bird)’라는 조간 브리핑에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일 포함시키고 있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예언가 같은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직접 가보지도 않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미래를 예측하는 그의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모두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마치 예언서를 읽는 듯한 마음으로 처음에는 책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책을 조금 읽기 시작한 후, 나는 그가 예언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내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모호한 말과 단순한 말 몇 마디의 예언이 아니었다. 너무나 논리적으로 과거 수십 년 동안 벌어진 일들이 어떤 현재를 만들어냈으며, 그 현재를 거울삼아 우리가 미래 어떤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제 정세나 외교에 대해 큰 지식이 없는 내가 이해하기에도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고, 뉴스나 신문 등에서 자주 접하는 세계정세와 관련된 이슈들을 연결 지어 이해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해석과 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 자신도 자신이 예언이 아니라 그 일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미 훨씬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에도 도화선은 있지만, 불을 붙인 건 그 전에 벌어진 수많은 징조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리적이고 일목요연한 배경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 미래 세계정세에 대한 이야기에 왜 사람들은 그를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며, 마치 그가 어떤 사건이나 일을 얼마나 더 맞출지에 집중해 이런 책을 보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이 수많은 징조들이 천천히 모아지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적인 사건, 혹은 인물에 의해 즉발되는, ‘도화선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절대적인 인물, 결정적인 사건, 그런 말들이 주는 극적인 긴장감과 흥미로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일의 배경이 아닌 하나의 도화선이 무엇이었는지를 찾게 만들고, 도화선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이해하기 쉬운 선 안에서 이해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역사와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한 그루의 나무를 보다가 전체 숲에 닥치고 있는 일을 보지도, 막지도 못하는 상황을 일으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도화선과 일부에 의한 접근법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실이나 과거의 일을 두고 만약...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 전혀 다른 역사가 펼쳐졌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는 것과도 비슷한 일이다.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을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으로 많은 부분을 해소한다. 일례로 소현세자가 그렇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근대화가 더 빨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거나 흥선 대원군이 통상수교거부정책을 펼치지 않고 일찍 근대화했다면 지금의 일본보다 더 빨리 우리가 근대화를 이뤄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만약이라는 상상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상상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런 말을 듣고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라는 말로 일축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그 일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역사가 아니었을 수 있다.’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소현세자가 청의 근대문물을 일찍이 보고 들어 만약 보위에 올랐다면 더 빨리 근대화를 추진했을 수도 있지만 당시 조선의 양반 사대부들의 성향과 조선과 청의 관계를 보면 근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은 사실 높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흥선 대원군의 통상수교 거부정책이 조선의 개화를 늦추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맞지만 그것이 모든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은 어느 하나의 사건, 어느 한 인물이 도화선이 될 수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보다 더 큰 시대적 흐름과 수많은 것들의 복합적인 변화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움직임에 가깝다. 그렇기에 어떤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무엇이 시발점이었는지, 그와 관련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영향을 끼쳤던 요인들은 무엇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후의 일을 이해하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하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이 일이 도화선이나 결정적인 전환점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여러 가지 흩어진 사실과 사건들을 합해 또 하나의 도화선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례로 올해 일본 전 총리 아베 신조가 피격당했을 때, 인터넷 등에는 이것이 세계 제3차 대전의 중요한 징조 중하나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웃어넘기기에는 그 떠도는 징조가 매우 흥미로운 면도 있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1936년 세계 제 2차 대전이 벌어지기 전, 일본의 전 수상이 암살당했으며, 영국의 국왕이 죽었고, 독일이 재무장을 시작했었고 2022년 똑같이 일본의 전 수상이 암살당하고, 영국의 여왕이 죽었으며, 독일이 재무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가설에 따르면 이제 곧 세계 제3차 대전이 벌어진다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처럼 그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것만으로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만약에 그 세 가지 사건 중 하나만이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세계 제3차 대전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게 떠도는 정보를 찾아볼 정도로 열의를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논리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함께 세계 제3차 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지, 발발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 먼저 시작될 것인지를 예측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인터넷에 떠도는 어떤 정보보다 조지 프리드먼의 정보가 훨씬 더 정확하고, 상세하며, 논리적일 테니 말이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나 역시 모든 사소한 사건이나 가설에 혹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가 이 책에서 무엇을 예측할지에 귀추를 주목하고, 무엇이 100년 후 진짜 일어날지에 대해 기다리는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저자 조지 프리드먼이 이 책을 내놓았던 것은 2009년이었는데 책의 내용을 보며 어떻게 2023년 지금의 세계를 이렇게 속속들이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인지?’ 라는 놀라움은 책을 읽는 내내 들기 때문이다. 2009년에 나는 어떠했는가?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질지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할지도, 우리가 일본과 이렇게 반목하거나 북한이 이토록 강력하게 우리에게 적대적인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지 프리드먼 그는 지금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벌어질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책을 저술하고 있다. 그야말로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인물의 놀라운 국제 정세 적중률은 그가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아 전적으로 신뢰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이 모든 사실을 예측했을까 하는 놀라움만을 가지고 읽게 되는데 더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가 남긴 말을 곱씹어보면 그가 예측한 게 아니라 모든 것들은 훨씬 전부터 수많은 징조를 보여주었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도래할 미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이 맞을지, 무엇이 다소 어긋난 예측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봄으로써 우리가 100년 후 어떤 미래를 대비해야 하며,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며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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