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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너머 세상 - 독후감 & 서평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by 박효승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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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3코로나 바이러스-19 팬데믹이 시작되고 확진과 음성의 경계선에 선 체 지낸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 다음의 시대 포스트코로나를 논할 정도로 모든 것을 또 다시 변화할 기미를 보이며 꿈틀댄다. 정치,외교, 사회, 문화 코로나가 영향을 끼치지 않은 세상은 없었다. 이전에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았고 허용보다 제약이 많은 세상은 예상보다 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만큼 정점에 이르렀다며 자부했던 문명과 과학의 발전도 사람들이 견뎌야 할 정신적 공허함과 부정적인 여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지금 시대 현대인들의 가장 취약한 이면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전례 없는 상황 속에, 나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임관 이후의 첫 해를 보내며 보다 유능하고 올바른 장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내색하지 않는 와중에도 왠지 모를 일상 속 공허함, 회의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특히 이전에 여가활동을 각종 스포츠, 야외 활동으로 즐겨왔기에 그 모든 것을 억누르고 제어하며 실내에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내 안에 담긴 생각을 해소할 창구를 찾지 못했다. 그때 우연히 보고 내 마음을 끝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SF장르 같은 비현실적 배경 속에 현실의 유의미한 주제를 담아냈던 작가님이기에 내가 무엇을 갈망하고, 잃어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책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작품은 가상의 공간, ‘더스트폴이라는 대재앙이 일어난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재앙을 피해 속에 숨어 살아가며 이 속에 숨은 사람과 바깥에 사는 사람 사이에 분화, 갈등이 벌어진다. 그들은 서로를 혐오, 무시, 증오, 불신으로 대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광경과 현상은 마치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모습을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돔 속에 숨은 사람들은 서로를 위한 안전방책이라며 시작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멀어지는 우리를 떠오르게 하며, 코로나-19 백신수급을 둘러싸고 선진국, 개발도상국 사이에 벌어졌던 분화와 갈등, 지금도 없어지지 않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의 차별은 돔을 경계로 서로를 경계했던 소설 속 사람들의 모습에서 떠올릴 수 있다. 우리 역시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과정에서 여러 사회경제적 손실과 코로나 블루를 겪어야 했고 이 같은 사회적 흐름은 전 지구적 현상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미접종자나 동양인, 일부 사람들을 향한 차별, 혐오범죄가 빗발쳤고 세계이웃이라 말했던 과거가 무색하리만큼 같은 나라에서도 수많은 차별과 이견으로 인한 충돌이 일어났다. 그리고 소설은 이런 현실 세계에 대한 SF적 은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더스트폴이후의 인류 사회는 물리적인 생존 조건도 극단적일만큼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인류애마저 메말라버리고야 만다.

하지만 작가는 이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음울한 묘사에만 안주하지 않고 지구 멸망과 인류의 대재앙이라는 주제 가운데서 희망의 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바로 지수와 사람들이 돔 안의 사람들과 밖의 사람들 사이에 묵은 불신과 증오의 고리를 넘어서는 모습에서 말이다. 그 부분이 가장 인상깊은 부분인데 지수, 나오미, 아마라 등은 자연의 생명체들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독자들에게 남긴다. 물론 이들의 첫걸음은 지극히 미미할 뿐이다. 그러나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동시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개개인의 자그마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나의 허전하고 지쳤던 마음에 또 다른 불씨와 빛을 선사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내게 주어진 전포대장, 그리고 장교, 더 나아가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안녕과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으로 군인이 되었고, 최선을 다해 일 해왔다. 그렇기에 지금 잠시간의 공허함보다 더 큰 미래를 꿈꿔야한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후임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며, 여러분의 수고가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소설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가꾸는거야. 최대한 멀리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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