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아닌데 왜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할까?’
이 책은 내 안의 숨은 아홉 개의 나를 내 안에 살아가는 아홉 명의 가족이라고 보았을 때 그 아홉 명의 가족을 어떻게 알아보고, 통제하고, 잘 활용해내고, 때에 따라 억누를 수 있는지 말 그대로 감정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설명서이다. ‘감정을 사용한다고? 감정은 그냥 느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한 번이라도 깊이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세상에서 나를 제외하고 내 감정을 정말 100% 알고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감정은 끊임없이 내 안에서 맴돌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100%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우리는 결국 서로 정제된 감정만을 가지고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스스로 모나거나 삐뚤어진 사람이라고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도 나는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요즘 부쩍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런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 얼마나 더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야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하던 찰나에 이 책을 발견했다. 처음 사람 사이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그것이 나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아무리 이해시켜보려 해도, 이해해보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사람의 행동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내가 변화시키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힘듦을 이야기했을 때 주변에서 위로하며 “신경 쓰지 마, 그 사람은 그 사람 살던 데로 살라고 하고, 너는 너대로 떳떳하게 네 할 일만 하면 되잖아. “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럴 때마다 ‘그렇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당당하면 되는 거야.’ 라고 다짐도 해봤다. 그런데 또 그 상황에 맞닥뜨리면 출발점에 다시 선 것처럼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들이 불쑥 올라오며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내 감정 조절의 문제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인생 전체로 보면 나는 결코 풀이 죽어 시들어가는 사람도 아니며,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부 문제를 제외하면 충분히 이 책에 나온 6개의 정답지 중 4개 이상은 ‘A.항상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 내 나름 인생에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수많은 것들이 결국 1가지 문제 때문에 때론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연속적으로 표출되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하루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내 몸을 아프게 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나의 감정과 나 자신’을 조절하는 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싸우는 스트레스’
현대인의 만성질환, 직장인치고 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스트레스’ 책에서 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해줄 때 나도 모르게 ‘맞아!’라는 말을 어찌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떤 문제든 해결법을 찾으려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찾아 실마리를 풀어가야 하는데 요즘 나는 대체 실마리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문제의 발단은 같은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이다. 선배는 대체로 직장 내에서 ‘좋은 사람’으로 통용되며 넓은 인맥과 여러 방면에 관계를 맺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선배의 호의와 배려가 미치지 않는 곳이 있었으니 그 대상이 바로 ‘나’이다.
‘왜?’ 차라리 선배와 내가 물리적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런 어려운 관계가 된 것이라면 풀어나가기 쉽지 않았을까?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우리 둘 사이의 직접적인 문제의 원인은 없다. 선배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좋지 않은 감정이 시기와 질투이며, 그 시기와 질투는 수차례 진급 누락이 되어 올해 공교롭게 내가 진급해야 할 때 같이 진급 대상이 된 상황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올해 진급 대상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나 역시 진급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이기에 원래도 내 일을 미루지 않고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기에 더욱 신경을 써서 실수가 없도록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선배의 눈에는 선배를 제치고 진급이 하고 싶어서 선배 일을 뺏고, 일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말로 전해 듣게 된 후, 나는 나의 행동이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리고 그동안의 직장경험을 토대로 이것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통제해 해결할 수 있을까?’ 맞부딪혀 해결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피하고도 싶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진급은 1명만 될 것이고, 선배가 될 경우 선배의 마음은 편해져 예전처럼 나에게 시기와 질투심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진급 심사에서 떨어지게 되니 열심히 일한 시간이 억울하기도 하고, 슬픈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진급하게 될 경우 선배의 진급 누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투심은 더욱 극에 달아 지금보다 더 내 험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때 나처럼 선배와 직접 일해본 사람들은 지금 나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내가 겪는 스트레스가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이해해주겠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고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서서 내 고충을 소문내고 다니는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해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관계가 사적으로 만난 사이라면 진작에 관계를 끊었겠지만 발령이 다른 지점으로 나든, 나지 않던 우리가 함께 다시 일할 가능성이 크기에 결국 선배가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꿔야 이 스트레스로부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나와 너무 다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스트레스, 그래서 나는 요즘 최선을 다해 원래 하던 데로 일하면서도 출근할 때마다 ‘그저 목숨이나 부지하려는’ 것처럼 내 감정을 억누르고, 들은 것을 못 들은 척하고, 묵묵히 내 일만 하고 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비실비실 연명하는 게 아니라 흐드러지게 꽃피우는 삶을 위해‘
왜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몇 차례나 진급 누락이 된 선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선배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상황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어진다. 나는 적어도 그동안 내 인생에서 어떤 실패나 부정적인 일을 겪었을 때 늘 나 자신을 먼저 탓하고 스트레스를 혼자 감내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더 선배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배는 ‘까칠이’가 아닐까?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선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존경하고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위치에 서서 남들보다 나아 보이는 것 같을 때가 더러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마치 내가 했던 것처럼 말하며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 좋은 것일까?
하지만 나는 ‘까칠이’가 아니다. 물론 나도 평소 성취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더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자존감이다. 요리했을 때 맛있다고 말해주는 남편의 말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직장 내 환경정리를 잘하거나 PT 자료처럼 책임져야 할 업무를 만족스럽게 해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내 내적 만족감으로부터 비롯된 자존감일 뿐, 누군가에게 강요하지도, 누군가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꼼꼼이’에 가깝다. 인생을 살아오며 늘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유독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늘 정리 정돈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업무를 할 때는 그런 꼼꼼함이 더 발휘되는데 늘 기한에 맞춰서 해야 할 일을 완수할 수 있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한 다음 그대로 업무를 이행하기 위해 하루 내내 최선을 다한다.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좋지만, 빨리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을 좋아하고 명료하고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힘들면 이번엔 그냥 선배가 먼저 진급하게 적당히 일하는 건 어때? 그 사람은 안 바뀔 거라며.’ 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못된 선배의 방식에 굴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잃어본 적 없는 나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커리어를 자발적으로 나서서 잃고 싶지 않다.
‘마음챙김이라는 오아시스로 가는 방법’
어떻게 해야 나도 ‘마음 챙김‘ 이라는 오아시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때론 사막 같아 보이는 일상에서 내 마음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그런 나에게 코치 멕의 오아시스 찾는 방법은 꽤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나 역시 내가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던 내 일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책에 나오는 여러 물음에 ‘매우 자주 혹은 항상 그렇다(5점)’을 내릴 수 없게 만들지 않도록 어서 상황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한 구절 한 구절 내 마음에 코치 멕이 알려준 방법들을 되뇌어 본다.
-나의 두뇌는 집중하고 생각하고 몰입한다.
-나의 주의는 스포트라이트처럼 빛나고 있다. 마치 이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그 빛에 바퀴가 달려 있다고 상상하고, 그 뒤를 물리고 불빛을 낮추고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 순간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고, 내 숨결을 관찰하고, 소리를 들어본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저자의 방법을 따라 내 마음을 챙기는 시간을 하루에 잠시라도 가져보기로 했다.
결국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이 알려주는 것은 내 마음을 잘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내가 어느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내 안에 ‘마음의 다중성’ 같은 잠재 인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감정과 이 아홉 개의 감정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인내할 수 있고,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감정을 얼마나 잘 통제하여 평온함에 이를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내가 깨달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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