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
“...여우의 경제는 여우들이 더 많은 토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이 불가능하다. 토끼의 경제는 토끼들이 풀을 더 빨리 자라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체된다. 하지만 인간의 경제는 성장이 가능하다. 우리가 새로운 재료와 에너지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어떤 책이든 내 나름의 읽는 순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책 표지를 펼쳤을 때 책 겉표지 왼쪽에 쓰여진 저자의 이력과 작품 리스트를 둘러본 다음, 두 번째로 발간하면서 쓰게 되는 서문을 읽으며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과 의도가 무엇이었었는지를 가늠한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은 책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저자의 의도에 가두게 된다고 하기도 하지만, 좀 더 책을 깊이 있게 읽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 “호모데우스”는 저자 유발 하라리의 이름을 이미 여러 언론매체와 그의 전작 “사피엔스”를 통해 알고 있었고, 근래에는 빌 게이츠가 추천하는 도서로서 또 한 번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발 하라리, 매우 어려운 내용과 방대한 양을 자랑하면서도 또 출간이 될 때 마다 ‘꼭 읽고 이해하고 싶은 책’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작가, 그 사실만으로도 그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대단한 작가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호모데우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작인 ‘사피엔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왜 지구상에 살아있는 수많은 ‘종’ 중에서 살아남아 진화를 계속하고, 가장 유력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인류사적인 비밀을 밝히려 한다. ‘호모데우스’에서는 ‘사피엔스’적 이론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이제 신의 영역으로 갈 것을 꿈꾸며 또 다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이 진화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을지에 대해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글을 썼다. 그 이유는 얼핏 제목과 소개만을 보기에는 ‘당연한 말을 어떤 어려운 단어들로 나열해 궤변을 늘어놓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모두 읽고 나면 유발 하라리의 통찰력과 날카로운 분석에 탄복하고야 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역사학 박사이며 전쟁사에 박식한 교수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믿으라는 종교적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어떤 과학자보다 냉철하게 다양한 이론적 근거와 분석을 토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이 앞으로도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 될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금의 ‘슬기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는 세계를 정복했고, 그 세계에 의미를 부여해왔으며, 전쟁이나 기아, 역병 등의 수많은 존재의 위기를 경험해왔으나 늘 혁명과 전쟁 속에서도 자신들이 살아갈 더 발전된 미래를 개척해 나갈만한 강함을 보여줬으니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나는 그런 그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과연 이렇게 의미 있게 살아왔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해보곤 했는데 나 역시 내 인생에서 나름대로의 계속된 도전과 응전 속에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어머니의 손을 떠나 학교에 가고, 이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매번 저는 새롭게 배우는 지식 앞에 얼마나 스스로가 작은 존재인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모른 체 살아왔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제 자신의 자존감을 갉아먹을 정도로 그것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가지 과제씩 성공할 때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공해냈다는 성취감도 익숙했던 일을 해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아마 그 도전에 무모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매일 달라지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도태되어갔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어쩌면 제 삶 역시 사피엔스로서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경험과 그를 통해 깨달았던 생각들처럼 사피엔스가 처음, 지구 위에서 가장 최종적인 인류의 형태를 갖추었을 때부터, 그들은 생존 이후의 문제에 봉착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신화, 종교, 문화, 법 등의 질서를 만들었으며 서로 협동하는 체제를 만들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었다. 농업혁명, 인지혁명, 과학혁명, 그 수많은 혁명들은 그렇게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힘을 합해 성공을 이뤄냈던 모든 사피엔스들의 역사 자체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크고 작은 도전과 응전의 모든 역사처럼 사피엔스가 계속되는 지구의 변화 속에서 계속 발전하고,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낼 수 있었던 것이 그럴만한 자격과 노력을 거듭했기 때문이라는 당위성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피엔스 중 한 명으로서 그간 가져보지 못했던 ‘인류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생겨나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데우스가 꽤 어려운 내용의 인류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지게 하는 그만의 탁월한 비유법에 감탄하게 된다. 정말 그의 말처럼, ‘우리 인류는 지구 위에 계속 살아갈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진 우수함을 가지고 있기에 살아갈 수 있었던 것 이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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