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사의 80%가 사라질 것이다.”
2012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이자 벤처 투자가이기도 한 ‘비노트 코슬라’의 발언은 당시만 해도 수많은 전 세계의 의사, 의료 관계자들의 심기가 아주 불편해지는 발언으로 꼽혔다. 이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전담하던 수많은 일과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던 당시였음에도 의사라는 직업의 소멸에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의사’와 ‘의료 행위’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일부의 특권적인 능력처럼 취급되는 선입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름 아닌 ‘의사가 사라진다면 그보다 더 단순한 직종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라는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엔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 일은 그 이후 수많은 개발자들에 의한 기술 혁신과 ‘코로나19‘ 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 더 급속도로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그 누가 부정한다 해도 의사를 포함한 수많은 직종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처럼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예정이다.
우리는 요 몇 년간의 인공지능 로봇과 여러 기술의 개발 추이를 보면 알파고, AI, 인공지능 로봇이 모두 개발을 마치고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능력을 인증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분야야말로,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나지 않아야 하는 것인 만큼,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 수술이나 치료, 판단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생명이 의료 사고나 어떤 특정 의사의 개인적인 사견, 판단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니 좋은 것이 아닐까 ? 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국내외 산업계 사람들 역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의료 인공지능의 개발에 중점을 기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이 책은 의료 분야에 집중해 어떤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특히 위 문제의 발언을 했던 ‘비노드 코슬라’의 의견에 중점을 두고 현재 미국 등의 유명 대학 병원에서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학습 프로그램과 로봇 개발, 연구 실적과 현재까지의 순기능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기 전부터 매우 흥미롭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 안에 실린 방대한 내용은 나에게 이만큼이나 이미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수술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이제 정말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하게 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고 그 변화를 나는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맞이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그는 현재 의료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근거에 기반을 둔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규모의 데이터와 막강한 연산 능력으로 무장한 기계가 평균적인 의사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기술과 인공지능 AI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은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의료 분야에 대해 적용을 해도 될지, 할 경우 부작용이 없을지에 대해 이토록 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업으로서 의사와 의료 관계자들의 일의 중대함을 모두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의사 수련 과정을 돌이켜보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료사고를 떠올려보면 왜 이렇게 유독 의료계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연구가 많은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연마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경험에 의해 배우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불완전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어엿한 한 사람의 의사로 서기 전까지 그 연습과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혹은 의사가 된 이후에도 환자마다 변수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간혹 판단을 잘못 하는 경우에 대한 불안감과 위험을 누구나 다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극히 일부의 의료적인 사건조차도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에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면 수련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더욱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기존에 의료분야와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단순히 수술 로봇 분야 정도로 여겼던 생각의 범주를 확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복잡한 의료 데이터에서 의학적 통찰을 도출해내는 것, 이미지 형식의 의료데이터를 분석, 판독하는 인공지능, 연속적 의료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질병의 발병 자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등 의료 인공지능의 유형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개발되었고, 가까운 미래 또한 비단 현재 수술이나 기타 위험 요소가 있는 병원 현장에만 생각을 국한시키지 말고 새로운 고부가 의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인공지능 헬스케어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인공지능의 의료분야 진출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방대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좀 더 개인에게 맞춤형 진단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의료혜택보다 훨씬 넓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 정보 빅 테이터를 통해 질병의 진단정보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이 혼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미리 진단해 처치할 수 있다면 현재 발병 후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나 암 등의 중증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런 진단의학과 헬스케어적인 측면 이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수술 로봇과 원격진료와 스마트 점검을 가능하게 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치료 및 예후 관리에도 많은 부분 지금보다 나은 의료를 실현하는 데 인공지능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을 해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에 대해서는 다소 언급이 부족해 책 자체의 내용이 너무 긍정론만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의료 분야 같은 인간의 생존과 연관된 분야라면 인공지능은 결국 현재 미국 메모리얼 슬로케터링 병원의 암 진료 로봇 왓슨과 다른 약 제조와 외과적 수술에 시범 운영되고 있는 로봇 등의 경우 현재는 적은 오진율과 수술실패율 등으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지만 버그가 수술 현장에서, 약 제조나 개발에서 발생할 경우, 일상생활에 보육사나 간호에 사용 시 발생할 경우 의료사고나 직접적인 상해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등의 가능성도 우리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 부작용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빠른 연구 속도에 걸맞게 이뤄질 수 있다면, 의료 인공지능, 로봇은 분명 인류의 삶을 위한 새로운 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기계시대,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를 맞이할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로봇의 시대, 계산만 정확히 해 넣어 개발한다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인문학이나 창작의 영역도 그들이 할 수 있을 것처럼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다 방면에서 로봇은 변화, 발전하고 있다. 그런 자동화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제2의 기계 시대’ 역시 인공지능의 개발과 더해져 이제 곧 실현화될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 로봇의 발전이 정말 안전하고, 안락한 생활만을 가져다줄까? 혹시라도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의 눈초리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로봇 시대가 다가옴에 있어 우리의 설 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한 번쯤 해봄 직한 유의미한 질문이다. 실제로 무인 자동차의 등장’, ‘자동 번역 시대’, ‘ 지식이 공유되는 시대’, ‘ 감정을 지닌 휴머노이드’, 이 모든 것이 실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고 상용화만 앞두고 있다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얼마만큼 준비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볼 때이다.
이와 관련해 몇 해 전, 알파고를 비롯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지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올 때, 나는 무심코 인간이 하기에 위험하거나, 정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 로봇, 우주 탐사 로봇 같은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새삼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회의론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제 와서 하는 이야기, 이제 곧 다가올 로봇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인간이 설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간의 노동집약적 산업발달은 과거의 유물이 되고, 로봇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찾게 될 것이라는 말은 곧 현재 인간이 유일무이한 노동력으로 취급받는 시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일말의 우려를 마치 확인시켜주듯, 생산된 재화를 향유하고,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 이외에 어떤 일에서도 인간은 생산자로서 존재할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며 당연히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중 대다수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견도 공공연하게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 나 역시 한 사람의 노동자가 되어야 할 사람으로서, 나의 자리와 기계나 시스템이 가진 생산방식의 유용함 사이에서 어떤 편을 들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또한 무엇보다 ‘의료분야’에 인공지능을 대입시켜볼 때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들여다보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뛰어난 기술과 오차와 오류 없는 정확성이 요구되기에 얼핏 생각해보면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기계, 인공지능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 기술과 확률과 정확성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일까? 오히려 병원을 비롯해 환자를 보살피는 수많은 의료기관과 관련 기관을 방문해보면 기술만이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의료는 분명 완벽한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그 기술 위에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불확실하고 불가능한 가능성을 믿으려는 ‘살리려는 의지’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함께 이뤄나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부분은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뛰어난 처리능력을 축적한다 해도 이해해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인간만의 영역이 아닐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수많은 변화와 혁신, 그리고 전환기에서도 늘 답을 찾았고 늘 답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결국 누군가는 그 혁명의 바람에 굴복했고, 누군가는 그 바람에 오히려 돛을 달아 더 먼 신세계로 나아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냈다. 어느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인류는 늘 어려운 문제에 도망가지 않고 답을 찾아냈기에 나는 이 혁명 역시 우리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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