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장 너머 세상 - 독후감 & 서평

금융의 딴짓: 타인의 돈인가?금융가의 돈인가? - 존 케이

by 박효승 2023. 3. 15.
728x90
반응형

 

금융의 딴짓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실패의 결과 아닌가요? 우리는 왜 자꾸 자본주의를 고집하고 있죠?

최근,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타격과 사회적 혼란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곤 한다. 국제 유가의 하락, 금값의 상승, 뉴스에서 나오는 모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일들이 앞으로 코로나 19 백신이 나와 더 이상 사람들이 전염을 걱정하지 않게 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은 그만큼 내가 사는 2020년이 정말 힘든 한 해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2020년이 밝았을 때, 이런 한 해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8월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경제지표와 여러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세계의 불행한 소식들을 보며, 나는 그저 어려운 이론이라 생각하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위치와 상황에서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책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경기가 안 좋다.’ 늘 그런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어른들을 보며 자랐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나 역시 늘 그런 말을 입에 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늘 경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라는 질문의 답을 구체적으로 찾아본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우리는 늘 자본주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살고 있으나, 자본주의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은 아니다. 그밖에도 경제논리와 국가정책에는 여러 선택지도 있었다. 물론 평소에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해 사는 것에 아무런 의구심을 품지 않았지만, 거의 반 년 넘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세계 경제상황의 악화를 지켜보다보니 ‘과연 이게 정말 우리의 유일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당장 자본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확히 현 상황에 대해 알고, 필연적으로 몇 차례 겪었던 경제위기가 왜 자본주의에 꼭 도래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들이 의심스럽고, 후회스럽고, ‘왜?’ 라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좀 더 현명하게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잘 대비하는 개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이 책을 읽은 뒤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황소우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금융의 흐름에 대한 대단한 비밀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이 책의 시작은 황소 우화로 시작한다. ‘금융 이야기를 하자면서 왜 갑자기 황소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나를 포함해 누구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의 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금융투자협회 옆에 큰 황소를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공화국 미국의 금융 중심가인 뉴욕 월가와 배터리파크 중간에 있는 공원에도 황소 동상을 볼 수 있다. 왜 금융 중심가에 늘 황소가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일화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황소는 오랫동안 뉴욕 증시에서 상승장을 상징해왔기 때문에 이에 착안해 세웠다고 하는데 `Bull Market`(불 마켓), 하락장을 `Bear Market`(베어 마켓)이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세웠다는 설에서 알 수 있듯 황소는 금융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황소에 대한 우화 하나로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왠 우화인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런 황소와 금융의 관계에 대해 알고 보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 하며, 읽고 난 후에는 왜 저자인 존 케이가 황소 이야기부터 시작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른바 황소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금융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속임수와 꼼수, ‘딴 짓’을 상징하는 가장 좋은 예시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이고 객관적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융의 논리는 사실 몇몇 이런 사람들의 속임수와 딴 짓에 의해 원래 황수 무게가 왜 중요했는지, 왜 황소의 무게를 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못한 체, 눈앞에 있는 이익에 급급해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려드는지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 황소 우화는 그런 금융인들의 속내를 아주 잘 보여주는 일화인 것이다. 자본 배분과 자금 관리의 금융업 본래의 역할을 잊은 체, 신용평가기관과 야합하고 증권 트레이딩을 통해 타인의 돈으로 높은 수익과 급여를 받는 데에만 급급한 지금의 금융인들, 그들의 딴 짓은 존 케이에 의해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12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금융문제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부터 시작된 문제로 인한 또 다른 금융위기의 목전에 우리는 서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우리는 금융 위기의 안전지대에 서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금융 위기가 도래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그리고 금융위기가 왔을 때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언젠가는 올 줄 알았어.’ 라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할까? 런던 비즈니스 스쿨과 런던정경대의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존 케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거대한 실물경제와는 다른, 실제 금융의 현실을 비춰내려 한다.

금융의 흐름을 짚어내는 책은 많았지만, 금융에 있어 가장 전문가일 것이라 생각했던 금육 전문가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금융을 누군가의 힘에 의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그런 대중의 안일한 생각과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속내로 인해, 저자는 또 다른, 더 큰 금융위기가 올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분석해낸다. 지금 우리가 더 큰 금융위기를 제대로 준비해내지 못하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닌, 정부가 구조와 동기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기존의 관행에 감독과 통제만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른바 ‘타인의 돈’으로 금융업이 딴 짓을 하고 그 대가로 높은 수익과 급여를 가져가는 것을 정부가 묵인하고 대중이 무지하여 몰라봤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이후 금융감독과 규제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말한다.

 

‘타인의 돈(Other People's Money)

이 책의 원 제목은 ‘타인의 돈(Other People's Money)’이다. 타인의 돈이 무엇인가? 남의 돈은 금융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근본이자 원천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돈의 주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인인 것처럼, 아니 주인을 오히려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돈을 쓰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청지기 정신, 즉 스튜어드십을 잘 가지고 있는 도덕적이고 공정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타인의 돈이 ‘딴 짓’이라는 다른 제목으로 번역될 일은 없었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 원제목이었다.

저자는 이 청지기 정신에 요구되는 성실함, 그리고 신중함을 개인과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문화적 변화를 규제 조치나 지시 감독에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돈을 다루는 데 필요한 청지기 정신은 그 돈이 적합한 가치를 유지한 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이런 청지기 정신을 강조하면 할수록 읽는 나는 지금의 청지기들이 얼마나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인지에 대해 신빙성을 더 얻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제기에 멈추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할 나름의 해결법도 저자는 제안하고 있다. 해결을 위한 첫 번째는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금융의 중개고리는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직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최종 사용자와 중개인 사이에서 금융 중개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를 앞으로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너무 많은 금융시장의 거래량은 터무니없이 많은 정도라서 전체적인 금융 중개의 품질을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짚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읽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부분을 여러 군데 가지고 있다. 특히 금융의 역사, 이론과 제도, 영국과 미국, 유럽 대륙에서의 금융 산업과 회사의 성장, 금융상품의 발달, 규제의 전개과정 등 다양한 금융업계의 일면을 분석한 내용을 함께 담고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를 담아내려다보니, 원래의 목적을 보다 많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쉽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저자가 꼬집고자 하는 금융업계의 문제 중 하나가 금융에 있어 전문가인 척 하면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파고들어 이윤을 얻는 사람들이라면, 저자 역시 일반인의 시각에 좀 더 맞춰 간결하게 글을 작성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