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에 대한 책. ‘미니멀리즘’ 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그게 뭐지?’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들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저절로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미니멀리즘‘ , 작게 살기. 나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을 버리고,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만을 가지고 생활함으로서 진정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질을 깨달아가는 삶. 그것이 미니멀리즘이며 저자인 사사키 후미오가 말하는 ’물건을 버리는 것‘이 주는 깨달음입니다.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계속 배가 고프다고 느끼며 먹을 것을 먹고 비만이 되어가는 친구에게 다른 등장인물이 말하기를 ‘너는 배가 고픈 게 아니야, 마음이 고픈 거지. 마음이 텅텅 비어버려서 허전하니까 그걸 배를 채우면 덜 허전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입니다.
뭐라 확언하기는 힘들지만 ‘아. 그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대사였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마음이 허전한 상태’를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미니멀리즘 예찬’ 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 당신이 마음이 허전하고 인생을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그런 방법은 인생을 채워주지 않는다. 당신이 무언가를 원하면 원할수록 집을 비우고, 옷장을 비우고, 서랍을 비워라.”
정말 그런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마음이 허전했기에 집에 가득가득 서랍마다 물건을 채우고, 그러고도 ‘입을 것이 없다’, ‘가진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
흔히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물건을 잘 버리는 사람과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사람으로 나뉘고는 합니다. 저는 물건을 그다지 잘 버리지 못하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열어보면 입을 옷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작년에 대체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또 옷 가게에 가서 새 옷을 사게 됩니다.
그렇게 새 옷을 사오면 몇 번 입지 않는 옷도 생기고, 1년에 한 번도 안 입은 체 ‘내년 여름에는 꼭 입자’ 라고 다짐한 체 또 옷장에 보관해버리고 마는 것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무언가 필요한 데가 생겨서 온 집안을 뒤지고 나면 꼭 필요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아서 또 사게 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런 게 반복되다보니, 가끔 대청소를 하다가 잘 쓰지 않는 물건이 나오면 ‘그래도 언젠가’는 쓰겠지 ‘ 라는 생각에 또 서랍에 쳐 박아두고 잊어버리고 , 필요할 때 찾는 무한루프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는 합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몇 년에 한 번씩, 물건을 잔뜩 버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사를 가야 할 때‘입니다.
박스를 꺼내놓고, 이사를 갈 새 집에 가져가야 할 물건과 버리고 갈 물건을 나눠 보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 쓰지도 않는 물건을 집에 두고 살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물건이 내 집에 있었나? 라고 마치 처음 보는 것 마냥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삿짐을 정리하다보면 정작 새 집에 가져가는 물건 만큼이나 많은 물건들이 쓰레기로 분류되어 버려지곤 해서, 어느 집이나 이사를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집 앞에 가보면 온갖 쓰레기와 안 쓰는 가구, 낡은 전자제품 등이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라고 붙여진 종이를 매단체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합니다.
저자는 마치 그런 저의 모습을 cctv 로 지켜본 것 마냥, 그대로 말하고 있기에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뜨끔’ 하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버리고 후회할 물건은 하나도 없다. 1년 사계절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은 앞으로도 필요 없는 물건이다. 1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던 물건은 내녀에도 그 물건 없이 아무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그렇게 구석에 쳐 박아 두고, 그 물건들이 버리기 싫어서 또 다른 수납장을 사서 또 쌓아두는 것을 반복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라는 기대감. 물건을 쉽게 버리고 나면 또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그게 내가 물건을 버리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고는 합니다.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물건을 버리기로 결심한 이후의 생각과 변화’를 그저 기술하는 것에 멈추지 않습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저자가 실제로 자신이 오래 살던 집을 정리하지 않고 쌓아두고 모으던 시절의 모습과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로 결심한 후 버리고 나서 달라진 집을 계속적으로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저자가 살던 집은 일본에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아파트인데, 워낙 일본의 아파트가 장소가 협소하고 , 작은 공간에 많은 물건을 수납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벽이나 주방, 베란다까지 수납을 위한 가구가 빽빽이 들어찬 까닭에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사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작고 책이 잔뜩 쌓여진 집이었다.
그런 작가의 집은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구 밑에 숨겨진 공간을 드러내기 시작해, 특별한 인테리어를 한 것도, 집을 바꾼 것도 아닌데, 마치 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예뻐 보이고, 어떤 물건을 가구 없이 바닥에 내려놓아도 예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손에 뭔가를 쥐고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태어났을 때 우리는 누구나 미니멀리스트였다. 나 자신의 가치는 갖고 있는 물건의 합계가 아니다. 물건으로 행복해지는 건 아주 잠깐 동안일 뿐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에너지와 시간은 물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이런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바로 미니멀리스트다.”
그저 물건을 버리는 것.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논리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의 챕터마다 있는 제목들과, 책을 잃어 내려갈수록 드는 생각은, 이 ‘물건 버리기’가 마치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의이며 내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버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버리기 싫을 뿐.”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문득, 내 집안을 둘러보게 되었다.
내 집안도 저자의 옛날 집처럼 물건으로 가득차서 사람이 생활하기에 불편해보이기만 하는 집은 아닌지, 과연 이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 몇 개나 나한테 진짜 필요 있는 물건인지. 정말 이 물건과 가구들을 다 버리고 나서도 내가 살아가는데 아무 불편이 없는 건지. 수많은 의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른바 저자의 변화가 부러웠던 것이다.
저자의 말들은 한 마디, 한 마디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헤집는 것 같이 단호하고, 단순하며, 솔직한 말들이어서 아무리 짧은 제목 한 마디도 다시 곱씹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우리는 물건을 줄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 역시 저자의 말처럼 버릴 수 없다. 언젠가 쓸모 있는 것이다. 라고 고집을 피우고 있을 뿐, 그 물건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는 나의 고집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깨달아 나갔다.
“ 버릴 수 없는 이유를 분명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그대로 믿어도 좋은 건 아니다. ........이면에는 실은 버리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거나 귀찮아서인 경우도 있다.”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늘 생각한다. 무언가 나를 얽매이는 것으로부터 한번쯤은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망설이던 나에게 저자는 약간의 용기를 곁들여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물건을 버린다 해서 당신의 삶에 아무런 불편이나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변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후련해질 것이라는 것뿐이며, 비어있는 공간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당신 스스로의 손으로 누려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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