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최근 ‘무엇인가?’라는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을 자주 보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이 책의 제목 ‘생명이란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주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은 이론적, 논리적으로 설명이 충분히 가능했거나 사람들이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진실에 질문을 던져준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개념이 진실이 맞았나?’라는 자아 성찰적 생각하게 만들곤 한다. 도덕과 법, 상식과 감성, ‘생명’처럼 절대불변의 고귀한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과연 내가 믿고 있었던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지금 세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런 원론적인 것이었나? 라는 생각도 간혹 책을 읽다 보면 들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명강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 이 질문 주제를 그대로 다시 던져 발표문을 낭독하고 그것을 정리한 책, 이 책은 실제 1993년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있었던 논의를 정리해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50년 전, 1943년 슈뢰딩거는 아일랜드의 학교에서 대중을 상대로 세 차례의 강연을 했고, 그 강의의 주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자 내용이었다.
그는 DNA 이중나선의 발견조차 알지 못하는 옛 생명공학의 연구에 머문 학자이기에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보는 첨단 장비로 분석한 생명의 비밀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규명한 다른 생명공학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칭송을 담은 것도 아니기에 기계론적 생명관에 기반한 한 학자가 생각하는 ‘생명’에 대한 정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도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다소 철학적인 느낌의 제목과 질문을 던지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과학적이고 이성적, 논리적으로만 생명의 구조를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세포와 염색체에 대한 검증과 추론을 해 나가는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생명의 정의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되었다. 그는 왜 이런 질문을 던졌던 것일까?
“딜레마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누군가 과감하게 오류를 범할 위험을 감수하고 사실들과 이론들을 종합하는 시도를 감행하는 것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 그 이유는 기존의 규칙을 지키면서 그것을 벗어난 하나의 변종, 그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생명을 이어온 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 힘은 내가 이전에 읽어보았던 ‘리처드 디킨슨’ 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읽은 내용처럼 좀 더 우월한 번식과 유전자의 존속을 위한 아주 당연한 과정의 하나일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유전자가 끊임없이 진화해왔던 이유가 무엇이었든, 나는 그의 시선에서, 나 역시 절대적으로 숭고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생명의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존재하는 나의 생명은 어떤 확률로 지금에 이르렀는가?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고분자, 산화, 유전자, 집합체, 기타 등등 생명공학과 관련된 인용된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고, 지금보다 수십 년 전의 학자가 그간의 연구방식으로 밝혀진 사실만으로 증명하려 했던 이론은 지금의 내가 이해하기엔 난해하고 모호하게 이야기된 부분이 많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초에 물리학자였던 슈뢰딩거가 바라본 생명은 물리학적 법칙들에 기반을 두고 다른 과학 영역으로 증명하는 난해한 풀이법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아마 이 질문은 듣고 답하는 사람에 따라 아주 어려운 질문일수도, 또는 아주 쉬운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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