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 실천사항
“인간의 몸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를 운반하는 운반체이며 생존 기계일 뿐이다. 인간이 태초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전자가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 개개인의 인간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삶을 선물 받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여타 생물체들처럼 유전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종’ 일 뿐이며 끊임없는 우성, 열성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을 때 인간으로서 나의 주체성과 유전자를 전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단순한 유전자적 생존과정 중 하나로 보게 해 준 아주 흥미로운 기회를 선사했다. 물론 내 스스로가 엄청난 과학 신봉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에 의한 천지창조의 신화를 믿을 만큼 낭만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더욱 그의 이론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그 책을 보았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다지 자존감이 넘치게 높은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없음에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은연중에 내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처럼 인식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는 했다. 리처드 도킨스, 그가 주장하는 ‘극단적인 유전론 찬양자’ 에는 전부 동의할 수는 없었다. 그의 다른 저서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전자의 과학적 증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의 이론에 완벽한 동의를 보내는 것은 나의 존재가 생명공학적인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체일 뿐,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신의 존재와 창조론을 전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그런 반박에 동의한다는 것, 그리고 유전자가 우리의 존재성을 증명하고, 유전의 비밀을 밝혀줄 통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 등 일부에만 전적인 동의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유전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짐은 물론, 나와 나의 형제, 부모, 다른 사람들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었다. 인간으로서 나의 주체성과 유전자를 전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단수한 유전자적 생존과정 중 하나로서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인간 유전자 신비에 대한 연구, 그것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적, ‘영원불멸의 영생’ 아픔도 고통도, 죽음도 없는 영원한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고 사는 삶은 어쩌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숙제이자 꿈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복제동물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생명공학 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이 복제인간과 장기복제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을 벌여오고 있다.
인류는 생명의 소중함.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몇 십억 년 전에 지구에 생명이 생겨나던 때부터 끊임없는 환경과의 적응과 경쟁,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우연이 없었다면, 약간의 오차가 생겼다면, 우리는 지금의 인류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감성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그가 말하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진화의 패러다임, 우리가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이렇게 지구라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신체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생존해오고 있는 모든 것들이 미생물이 처음 지구의 바다에 생겨나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된 거대한 흐름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나는~ 라고 생각한다.] / 주장, 평가
나는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며, 그의 강의를 들어봤거나 열혈적인 기독교인도 아니지만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처럼 절대적인 신의 존재성과 어떤 사상에 과학적, 분석적인 이론을 내놓는 작가들의 책을 읽는 것은 즐긴다. 그것은 신을 믿는가 안 믿는가의 찬반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신적, 관념적인 이론을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고찰해보는 사람의 독특하고 때론 유쾌한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생명공학이 아닌 철학적인 질문 역시 던져보게 되었다. 만약 스스로 원하는 성격이나 육체를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듯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태어날 자손의 형질 역시 발생 초기 단계부터 미리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면 좋은 것인가? 두근거리며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내가 앞으로 어떤 불가능에 도전해 실현할지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없는 그가 말하는 미래는 무언가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3. 이유 [ 왜냐하면 ] / 내 생각에 대한 이유 3가지
그 이유는 그의 이론이 주장하는 세 가지 유전학의 진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이 책에는 다윈의 진화론처럼 진화의 주체가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인간의 몸은 생존, 번식을 위해 유전자를 운반하는 운반체이며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태초에 지구가 형성될 때 생명체는 자기복제가 가능한 유기물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째, 이 유기물이 진화의 진화, 반복적인 복제를 거치면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복제자와의 생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호막을 만들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진화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하나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며 수많은 개체의 몸을 통하며 교환과 변화를 거듭한다. 우리가 목격하는 보편적 사랑, 전체의 번영 등 이타적 행동만으로는 진화와 종족보존은 이루어질 수 없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우리는 단지 이기적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로 법칙에 따라 형성된 존재일 뿐이다. 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 내세우는 핵심이고 나는 그의 이론에서 느껴지는 합리성과 뚜렷한 과학적 증거들을 신뢰하게 될수록 이런 생각이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진실로 오래 전달된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유전학을 제외한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주장과 이론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유전자, 결정론, 우열성이며 모든 사람을 마치 줄을 세우고 분류하듯 나눈다. 그 결정론 속에서 ‘유전자는 유일한 목적인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수동적 피난처’일 뿐이다.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수를 늘리고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므로 우리는 단지 이기적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로 법칙에 따라 형성된 존재일 뿐이다. 또한 이것이 인간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며 수많은 개체의 몸을 통해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전달되어 경쟁해 왔고, 이런 경쟁이 유전자가 이기주의의 기본단위가 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런 생존과정에서 이타적 행위를 한 유전자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우리의 생명, 나의 존재가치가 원래 정해진 데로 흘러가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 이가만 한 것일까? 그렇게 리처드 도킨스의 책의 내용을 전부 믿어버리기에는 왠지 인간이라는 나의 존재에 대한 의지와 삶 자체를 폄하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유전론이 과학적으로 맞는 이론이라 할지라도, 나는 결국 의지를 가지고 나의 뜻대로 살아간다고 믿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론 [그래서, 나는 ~ 라고 생각한다.]/ 2% 평가
처음, 별다른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도킨스 식의 진화론에 나는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완두콩’ 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진화론에 대한 얕은 지식을 부끄러워할 만큼 그가 말해주는 진화론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끝까지 읽은 후 이 한 구절이 강렬하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떠올랐다. 어쩌면 그가 말하고 싶은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저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결정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과정과 상관없이 이미 우리의 운명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허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에 해가 될지도 모르는 헌혈을 하고 기꺼이 가족을 위해 한쪽 신장을 내어주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만약 유전자가 이기적 생존을 위한 것이기만 하다면 이 행동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하지만 도킨스는 자기를 희생하여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은 이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전 생애가 이기적 유전자의 지시대로만 움직여지는 삶은 아니다. 천성적으로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인간만의 독특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인간 고유의 문화를 전승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모두 같은 본성을 가졌음에도 왜 서로 판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가? 유전자는 확률적 가능성일 뿐이며 결정론은 변수가 너무 많다. 인류 역시 다른 종처럼 생존과 번식은 우리의 삶을 영속시킬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단순히 생존을 위한 이기심뿐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 속에서 보이는 이타적 행동과 예외적 변수는 어떻게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정말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가 만들어낸 생존기계인가?” 그의 유전자에 대한 이론은 한 번쯤은 읽어보고 생각해볼만한 가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믿기는 싫은, 그런 책이었다.
내 마음 속에 남는 한 문장
“ 태어날 때는 삶의 의미는 없으며,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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