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 기적을 바란다.‘ 하지만 진정한 기적은 누군가의 힘이 아닌, 삶을 계속 살아가는 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보잘 것 없는, 시골의 작은 할아버지가 마루에 앉아있는 한 잡화점에서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이야기, 그것이 이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이 있는 거리는, 과거에는 번화한 상점가였지만 이제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보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많고,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오늘 팔아야 할 물건을 서로 나눠먹는 일이 많은, 그 거리의 한켠에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있고, 가게 한쪽에 빨간 우체통이 있습니다. 어느 시골의 거리에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그런 가게에서,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놓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동지를 얻으며, 어떤 이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고 돌아갑니다.
저는 소설 속의 잡화점이 참 낯설었습니다. 책에는 할아버지가 대청마루에 앉아있고 ,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학용품 , 장난감, 학교 준비물 등이 모두 있는 잡화점이라고 자세히 말해주고 있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 앞에는 이런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오래된 문방구는 본적이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행했던 모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풍경처럼, 저에게는 이 나미야 할아버지의 문방구가 “어떻게 저런 곳이 있지?” 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매우 간단합니다. 시골의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온갖 것을 다 팔고 있는 할아버지의 가게 옆에는 작은 우체통이 있습니다. 그 우체통에는 마을 사람들이 고민이 생기거나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남몰래 편지에 고민을 적어 넣어두고 갑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우체통의 고민을 읽고 진지하게 답장을 써서 넣어줍니다. 때로는 ‘엄마에게 혼날 일을 했는데 어떻게 하죠?’라거나, ‘같은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는데 어떻게 친해져야 할까요.?’ 같은 장난스럽고 해결해줄 수 없는 고민이 담겨 오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는 진지한 고민이 오기도 합니다.
사실 고민들은 특별하지도 , 그렇다고 사소하지도 않으며, 저 역시 충분히 겪어봤거나, 이해할법한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는 잡화점에서 고민상담 편지의 내용을 읽다보면 저조차도 이 편지의 주인이 결국 어떤 식으로 고민을 해결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호기심에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누구나 고민이 있고, 그것을 때로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연인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답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고민을 해결해달라고 편지를 보내는 것일까 ? 음악가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과, 반대하는 아버지,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은 사실은 누군가가 네가 음악을 하는 것이 나중에 모든 사람들이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라고 말해주길 원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넣었을 겁니다.
책은 그렇게 도둑들이 잡화점에서 묵는 하룻밤 동안 받게 되는 편지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또 그에 따라 변해가는 도둑들의 마음을 말해줍니다.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이 모든 고민 상담을 넣는 사람들이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런 사람만 고민상담 편지를 넣을 수 있다. 라고 정하신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갖은 고민을 가진 갖은 사람들의 사연이 도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앞 장에서 보았던 어떤 사람이 뒷이야기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서로 연관되어있다고 말하는 것도 없지만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연결해보면서 ‘아. 이 사람이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되는 거구나 ’ 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저는 책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그렇게 저는 생각했습니다. 세 도둑들이 어떤 것은 장난으로, 어떤 것은 진지하게, 어떤 것은 미래를 알고 일부러 말해준 미래에 대한 정보와, 고민해결 편지는 , 그 모든 사람들을 전혀 다른 인생으로 이끌어나가게 되고, 서로를 돕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들로 얼기설기 엮여 나가, 할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세상을 뜨신 후에 손자가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를 받았던 사람들을 찾기 시작할 때, 놀라운 기적이 되어 돌아옵니다.
사실 할아버지는 이런 기적 같은 일을 예견하고 쓰신 것도 아니며, 그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들의 편지를 하나하나 정성들여 읽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해준 것이지만, 그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그런 진심을 통해 인생을 새로 살아나갈 힘을 얻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행복하게 되었으며, 또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보살필 여유를 얻었습니다. 그 모든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계속 기적은 이어져 나갑니다.
우리의 인생은 백지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아무거도 없는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백지에 무엇을 그리건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멋진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저도,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그런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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