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그 시대에 살았던 영화 속 인물의 심리와 동기 분석
박처장의 공산당을 잡으려는 집념의 심리와 동기
1) 인물 ‘박처장’ : 박처장이라는 인물은 이 극에서 결정적 사건이 되는 박한열 사건과 이하 남영동에서 벌어지는 모든 고문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사실 월남한 사람으로서 당시 군부정권 하에서 대통령의 지지와 힘 속에서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은폐하는 것을 허락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권력이나 돈, 명예적인 욕심 때문에 공산당을 척결하는 일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가 ‘단지’ 공산당의 척결‘에만 열중하는 사람이었다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벌이고, 그것을 그렇게 공산당 사건으로 엮어 왜곡하려는데 집중할 필요가 없다. 박종철은 공산당이 아닌 군부정권과 비민주적인 당시 정치 척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는 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어떤 신체 건강한 20대 청년이, 탁자를 탁! 쳤다고 하여 그 소리에 놀라 심장마비로 죽을까?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진실을 은폐하고, 그것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1987년 대한민국이었다.
그날 고문실에서 있었던 진실을 박처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박처장은 그것과 상관없이 박종철이 공산당이며 자신이 그렇기에 박종철을 죽게 고문한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밀고 나가려 한다. 그에게 박종철은 매일 죽어나가는 남영동의 수많은 공산당 의혹자들과 좌파 불순분자들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박종철 사건이 고문치사이며 남영동 형무소의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더 이상 남영동 형무소를 정정당당하게 좌지우지할 수 없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일이며 남영동 형무소가 없이는 자신이 진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공산당을 척결하고 자기 마음대로 잡아 넣을 수 있는 권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로, 그에게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박종철이 공산당이기에 잡아 넣고,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증명해 자신이 공산당을 잡을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에게 공산당은 마치 그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동기인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 이 영화 속에서 나오는 박처장의 이해할 수 없는 그릇된 집념에 있다.
2)공산당 척결에 담긴 박처장의 동기: “내 손으로 빨갱이 수천 명을 잡아넣고 골로 가게 만들었지.” 이쯤됨녀 박처장이 공산당을 척결하려는 의지가 공산당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과 신념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극중에서 박처장은 한병용(유해진)에게 자신이 공산당을 왜 그토록 증오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릴 적, 형처럼 따르고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주었던 형이 공산당이 되어 자신의 집안을 몰살아고 모든 가족을 죽이는 것을 눈 앞에서 본 이후 그가 열일곱 나이, 맨 손으로 남조선으로 이남하여 경찰에 자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가족이 몰살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본 소년의 증오가 그토록 강했던 것이다. 당시 공산당정권은 해방 후 토지개혁을 명목으로 지주계층의 농지를 몰수하고 지주일가를 모두 착취계급으로 규정해 잔혹하게 처형하며 국가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이런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희생당한 가족의 한을 가지고 있는 박처장은 결국 자신은 정당한 일을 한다고 믿고 있으나 그 역시 군부정권을 유지시키게 하기 위한 일종의 대외선전용이었던 빨갱이처단에 앞장서는 인물이 되었으니 그 운명 역시 아이러니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 영상보기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다니엘 블레이크 (0) | 2023.03.29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