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이불을 차내고 자는 아이였다.
으레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조금만 몸이 차거나 찬 것을 먹으면 바로 배앓이를 하면서도
잠버릇이 어찌나 험했던지 어머니께서는 늘
이불 차내고 자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늘 이불이 내 목까지 올라와있었기에
나는 내가 이불을 그토록 차낸다는 것을 모르고 자랐다.
이불을 차내고 자던 아이가 아침에 목까지 이불을 덮고 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훌쩍 자라 사춘기도 지난 후의 일이었다.
웬일인지 이른 새볔녁에 살짝 잠이 깼는데 잠결에 어머니의 기척이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시고는
내 이마의 앞 머리카락을 두어 번 쓸어주신 후 나가시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왜 아침마다 이불을 꼭 덮은 채로 잠에서 깼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어머니의 보살핌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 이불을 덮고 쓰다듬어 키우신 것도 모자라
십여 년이 지나 훌쩍 자란 자식이 행여 배앓이를 할까
그 이른 새벽녘에 이불을 덮어주시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나는 배도 아프지 않고. 감기도 걸리지 않고 잘 수 있었다.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늬시며...'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내 이불을 내가 잘 덮고 자는 줄 알았다.
내 이마를 쓰다듬어주시던 그 손길에 얼마나 큰 사랑을 담고 계셨는지
나는 내 자식의 자는 모습을 보고 이마를 쓰다듬을 정도로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쓰담쓰담
아프지 마라. 내 아기.
금쪽같은 내 새끼.
꿈에서라도 나쁜 건 보지 말고.
잠결에라도 춥지 말거라.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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